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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 어머니의 일기

 

 

 

 
미안하구나, 아들아...

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...

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

네게 짐이 되는구나...

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...

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,

땅 한평 남겨 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...

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

짐같은 가난만 물려 주었구나...

 
 
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,

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

새처럼 갇혀 사느니

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

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다...

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...

말라 비틀어진 젖꼭지 파고 들던

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

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...

혹여 에미 혼자 버려 두었다고

마음 다치지 마라...

 
 
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

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...

삼시 세끼 잘 먹고, 약도 잘 먹고 있으니

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

네몸 건사 잘 하거라...

 
살아 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,

한번만 볼 수 있다면

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...

행복하거라, 아들아...

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,

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

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.......

 

*** 어느 버려진 어머님의 일기...중에서...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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